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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겔란 조각 공원

인간군상 모노리텐 보기



홀멘콜렌역에서 T-bana 를 타고 Majorstuen 역에서 나왔는데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눈과 코를 자극합니다.
 
'아.. 아직 저녁을 안 먹었구나.'
 
시간은 어느새 10시,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요.
해가 지지 않으니... 끼니를 맞추기 힘들어요;;
 
블루베리 스무디와 
맛을 예상할 수 있는 음식(볶은 면 + 고기야채 조림 등등)을
골라 담아달라고 했어요. 
공원에서 먹으면 딱 알맞을 것 같습니다.
 
'비겔란공원에 어떻게 가효?'
'오른쪽으로 꺽어서 쭉 가다보면 사인도 나오니까 곰방 찾을 수 있어'
'앙~ 고마워'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 
처음엔 Norsk로 말을 하다가도 '나 Norsk 못해.'라고 말을 하면
 '아, 미안해, 그건 말이지 ~ '라고 하면서 영어로 말을 해줍니다.





  
Norsk에서 English로 전환하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거침없이 영어를 쏟아내는데,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신기합니다.

평소엔 걍 하드 쓰다가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은 걸 꺼내 쓰듯 
대부분 능숙하게 구사합니다.
영어가 서투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아서ㅎ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알려줘요.
 
아~ 친절한 사람들. 
노르웨이, 계속해서 좋아집니다.

line_characters_in_love-8

따끈따끈한 저녁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총 걷다보니 vigeland park 사인 발견!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가다보니 
락이 점점 커지면서 티켓박스가 보입니다. 
뭐야- 여긴 콘서트장 입구잖아.

오슬로 가이드북에서 본 6월의 행사 '우드락 콘서트'가 여기서 하는 거 였군요.
 
학창시절 '우드락'에서 활동했다던 내 친구가 생각납니다.
박알 보고싶다!
물론 우리 밴드 '덕이노래방'도 생각났구요.
 
락을 즐기면서 길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데, 
트럭들이 있고, 건축 자재가 쌓여 있고..

흠... 혼자 찾으면서 돌아다니기 귀찮아졌습니다. 
다 식은 저녁은 싫어요.
다시 물어보지 뭐. 하고 대상을 찾는데 

한무더기가 슬쩍 지나갑니다.
 

나 - '안녕?'
무더기 - '안녕?''안녕?''안녕?''안녕?''안녕?''안녕?''안녕~'

 
남자셋 여자셋.
프렌즈네요.



'실례~ 나 비겔란파크 가는데 어떻게 가는지 알아?'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거기 가려고 하는데 모르겠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

뭐지? ( - _-)

'나 같이 가도 돼?'
'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






얘네 뭔가 이상합니다.

총총총 분명히 저는 얘들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데 얘네를 보니 줄을 서서 가고 있네요.
이번에는 맨 앞에 가는 친구가 길 가에 놓인 박스를 기웃거리자 뒤따라 가는 친구들이 차례대로 기웃기웃 합니다.
 
'야 너네 뭐하는거야 이상해'
'재밌어''재밌어''재밌어''재밌어''재밌어''재밌어'

얘네 분명 이상합니다.

street performers... 얘네 지금 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상한 애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도나도나도 할래 (+_+)'
'아 증말? 애들아~ 얘도 같이 하겠대'
 
맨 마지막에 가던 친구가 전원에게 저의 입단을 알립니다.
 
'와아~ 환영해''와아~ 환영해''와아~ 환영해''와아~ 환영해''와아~ 환영해''와아~ 환영해'

고 고마워( - _-);




'맨 앞에 애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면 돼. 특별히 다른 건 없고 너는 맨 끝에 서 있으니까, 
처음 애가 Hi하면 너만 끝에서 Bye로 끝나면 돼' 
하고 그들의 룰도 알려줍니다.

'신난다''신난다''신난다''신난다''신난다''신난다''신난다'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이런 이상한 애들이 참 좋았습니다.
어느새 저도 그들이 하는 이상한 짓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근데 너도 참 이상해'
'응 나도 알아'

하수구에 소리도 질러보고, 
벤치를 밟아 넘고,
동상에 뽀뽀도 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숲길도 걸었습니다.

행인에게 같이 인사하고, 
같이 인사 받고, 
같이 물어보고, 
같이 대답하고, 
같이 이상한 짓하면서 일렬로 걷는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와 여기다!'

신나게 즐기다보니 어느새 도착!!
조각공원의 다리를 건너서(역시 이상한 짓을 하면서 건넜죠) 잠깐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일렬로 쪼르르 앉아 쉬고 있는데 한 친구가 말을 합니다.

 moon_and_james-85
'우리 이렇게 앉아있는 걸 사진찍고 싶어'
'아 나도나도''아 나도나도''아 나도나도''아 나도나도''아 나도나도''아 나도나도'







각자의 카메라로 돌아가면서 한방한방 찍었습니다. 아- 정말 즐겁네요.
 
'아..  여기서 이만. 나 구경하러 갈께~ 만나서 정말 즐거웠어 ^-^)/ '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우리도 즐거웠어 안녕~ 잼나게 보내라그~'

 moon_and_james-45 쏘 쿨~~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Park) 입니다!!

Frogner Parken 안에 있는 건데, 실은 같은 공원을 뜻하는 말이죠 뭐.

비겔란 조각공원은 
총 면적 32만 3700㎡ 에 조성되어 있는 야외 공원이랍니다.
 가격은 예쁘게도 무료!!
 
이 공원엔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의 작품
 약 193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입구부터 중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표현한 조각품들이 펼쳐져 있지요.
 
 
 
 
다리에선 남자와 여자, 어린이들의 다양한 몸짓과 표정을 담은 58개의 청동상을 볼 수 있구요.
 


 
중앙의 분수에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조각해놓았습니다.

태어나서 놀고, 즐기고, 싸우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죽고, 
끝내는 썩어 없어집니다. 

하하하 말이 이상하네요.
 
 
 

공원의 끝에 있는 'Cycle of life' 조각을 통해 
윤회에 대한 동양적인 사상도 엿볼 수 있습니다.(왼쪽)

Zodiac도 보실 수 있구요.(오른쪽)

여기서 한국에서 오신 어머님아버님 무리를 만나서 인사를 했습니다.

12궁도를 해시계로 착각하시고...  

Cycle of life 이 작품을 보고는 '삶은 계란'이라는 평을 하시더라구요^^
 



 

중앙에는 비겔란 최고의 작품 '모노리텐'이 불쑥 솟아 있습니다.

17m 높이의 이 오벨리스크는 
121명의 남녀상이 서로 위로 올라가려고 
얽혀있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요,

 정말 인간 군상입니다.
 
'끔찍하군'
 
오벨리스크를 잘 볼 수 있는 담장에 앉아
 인간의 본성을 느끼면서 저녁을 즐겼습니다.

 맛있었어요! (+ㅂ+)
 
 
 
그 주위에도 놀고 싸우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조각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습니다.

남자, 여자, 그리고 노인 등을 투조한 철문도 놓치지 마세요.
 
 
모든 조각의 표정들이 예술입니다. 몸짓은 말할 것도 없구요.
아무래도 비겔란은 인간의 외면과 내면 관찰을 잘 했던 사람같아요.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마주치는 건 어색한 일인데, 
프렌즈를 또 만났습니다.
금방 서로 알아보고 다시 같이 놀았어요. 
공원에 도착하자 따라하기 놀이는 끝났나봐요.ㅎㅎ
각자 구경하고, 사진찍고, 또 같이 놉니다.


얘네 볼수록 마음에 들어요.





 
'너네 오벨리스크 앞에서 단체사진이 필요하지 않아? 내가 찍어줄께.'
'러블리! 너 완전 퍼펙트.'


 
으흐흐... 센스 있는 제갘ㅋ
 멋지게 사진 찍어줍니다.

 
'너도 필요할 걸? 카메라 이리 줘'
'아 고마워~ㅋ'

 
센스있는 친구 역시 멋지게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이 친구들이 어느나라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래 영어를 쓰는 애들이니 영어권에서 왔겠지요. 

그들 역시 제가 어디서 왔는지 모릅니다.
 
이름도 성도 국적도 모르고 같이 놀았네요.
하하 이게 바로 혼자하는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제가 비겔란공원을 생각할 때 
세트로 그들을 기억하듯,

그들 역시 자기들을 따라하던 
조그만 동양 여자애를 떠올리겠지요.

 
충분합니다.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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