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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SPEARE & COMPANY




  파리의 작은 고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패니  


  오래전에 봐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비포선셋 첫 씬이 아마 여길 거다. '해뜨기전' 이후 10년, 에단호크는 작가가 되어 파리에 오고, 이 서점에서 독자와의 만남? 싸인회 같은 걸 하는데... 바로 이 곳에서 줄리델피와 뿅 하고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다시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 내며 사랑을 한다.

 

  (잠깐 딴소리) 이 서점이 나오는 첫장면도 좋지만, 비포선셋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 최고다. 뱅기 시간 다 됐는데 파리를 떠날 준비는 하지 않고 띠링띠링 기타만 튕기고 있는 에단호크에게 줄리델피는 말한다.

 

줄리델피 : 빨리 준비해- 너 그러다가 비행기 놓쳐

에단호크 : 알아

줄리델피 : 정말로~ 너 비행기 놓친다니까?

에단호크 : (빙글빙글 웃으며) 알아 ^_^

 

꺍 뭘 알아!! 너란 남쟈/ㅐㅇ래ㅑㅊㄷ;턍겨ㅠ.ㅣ탸ㅏㅓ.ㅣㅏㄱㅊ

 

 

  흠흠..... 다시 서점 소개로 돌아와서..... 비포선라이즈, 비포선셋, 에단호크, 줄리델피의 왕팬인 나는 파리에 가면 여긴 꼭 들려야지 했었다. 노틀담 성당 쪽에서 시떼 섬을 건너면 바로 있다고 들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조금 헤매다가 행인들에게 물어보니 바로 옆에 있었다. 아아... 나란 뇨쟈..........

 

  이 서점을 찾았을 때의 감동이란... 눈물이 주룩주룩은 아니지만, 꽤 많은 감동과 닭살이 좌라락~ 런던의 포토벨로 마켓에서 휴그랜트네 서점을 찾았을 때와 맞먹는 감동이었다.

 


 1층 현관쪽이 공사중이라 처음엔 둘러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했는데, 일하는 아저씨들이 당연히 들어와도 된다며 미소 짓는다. 으흠~ 낡은 책 스멜~ 내가 좋아하는 책종이 냄새와 건조한 나무 냄새가 나를 맞이 한다. 책을 읽기엔 어두운 조명이 여행자의 마음을 오히려 편하게 해준다.

 

 오래된 서적부터 최신작까지 정리가 안 된 것처럼 정리가 되어 있다. 나란히 꽃혀있는 책들과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책더미 속에서 현지인과 여행자는 골고루 섞여 책속에 빠져 든다. 어느 누가 어디에서 왔든지 아무 상관없는 분위기다. 

 

 

세익스피어앤컴패니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찍어온다는 이 문구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낯선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그들은 위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여행자에겐 더더욱 고마운 문구다.

 

 

 

 

 

 

 

 

 

 

 

이렇게 멋진 걈둥이가 편히 앉아 쪽지를 남길 수 있는 곳, 

남이 남긴 쪽지도 빙글빙글 웃으며 읽어볼 수 있는 곳,

그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귀염둥이를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곳 (으흐흐)

 

  찰칵 (>_<)  죽어가는 내 디카로 어두운 실내에서 겨우 찍은 사진인데, 다행스럽게도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를 방문한 여행자의 설렌 모습이 잘 담겼다. 아까 귀염둥이가 앉아 있던 그 자리라 기분이 더 좋아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책이든, 사물이든, 서점 안의 모든 것이 자연스레 놓여있는 곳 이었다. 서점이 기업화하고, 큰 서점과 인터넷 서점만이 살아남는 우리나라의 딱딱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나도 인터넷을 이용해 책을 주문하지만, 책은 역시 아담한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보며 시간을 들여 고르는 게 제 맛인 것 같다. 작고 오래된 서점에서 당시의 나와 꼭 맞는 책을 발견한다면 그 책은 바로 보물이 될테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바쁜 여행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여유로운 파리지앵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배고프고 시간없는 여행자였기 때문에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자유 여행일지라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파리에서 보러갈 곳은 너무나 많다!! 흙_흙

 

  시간 없는 여행자는 마음에 드는 책을 황급히 찾아 계산했다.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 영화 대본. 그렇게 대사가 많은 영화가 이렇게 얇게 편집될 수 있다니, 놀라기도 놀랐지만, 읽기도 쉬워서 아주 좋았다. '이제 내 여행은 더욱더 풍요로워질 거야.' 생각하며 파리에서 꼭 먹어보라는 바케트 양파 스프를 먹었다.

 

 

 애초에 나는 비포선라이즈 루트를 따라가려 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기차를 끊어놓고, 줄리델피와 에단호크의 멋지고 아름다운 만남을 꿈꿨다. 나 비록 줄리 델피는 될 수 없지만, 에단호크가 못 되더라도 꽤 멋지고 바른 사람을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행자의 로맨스와 낭만을 살짝 꿈꿔 보았다.

 

 아아.... 루마니아의 그 도둑놈만 아니었어도... 내가 잠을 덜자기만 했어도.... 여유롭게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비엔나로 갈 수 있었을텐데....ㅠ 비포선라이즈처럼 멋진 님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저 책은 남아 있을텐데....ㅠ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다. 나는 오스트리아 빈에 가지 못했다. 모든 걸 잃어버리고... 부다페스트에서 빈으로 가는 열차 대신,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하아~ 살아 돌아간 게 어디냐' 해보지만, 여전히 슬프다. 영화는.. 역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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